문화센터의 업무를 총괄하는 담당자를 지칭하는 용어는 문화센터마다 상이하였는데 ‘실장’, ‘팀장’, ‘담당자’, ‘담당자’등으로 호칭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그들을 ‘문화센터 담당자’ 혹은 ‘담당자’로 통일하였다. 면담을 통한 결과 담당자 외에 문화센터 데스크에서 고객 응대 및 강의실 관리를 보조하는 인력은 일반적으로‘사원’으로 통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문화센터가 소속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매장’으로 지칭되었으며, 문화 센터는 ‘점포’나 ‘문화센터’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면담 대상자들은 자신에게 OJT를 실시 하였던 고참 담당자를 지칭할 때 주로 실장님이나 팀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문화센터 업무에 대한 관록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로 인정하는 느낌을 내포하였다. 문화센터는 일반적으로 한 명의 담당자와 2-3명의 사원으로 구성되는 인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다. 실장이나 팀장으로 호칭되는 문화센터 담당자는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필요로 하는데 문화센터들은 평생교육학을 전공하고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한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이들이 주로 근무하는 공간은 안내데스크가 아닌 사무실이었으며 그 안에서 문화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고객 응대와 관리, 강사섭외, 시설관리와 강사료 지급 등의 회계 및정산업무까지 처리하고 있었다. 신입 담당자는 입사한 직후 먼저 본사 차원에서 하루나 일주일 동안 본사의 경영이념과 일반적인 업무 요령 등으로 구성된 기본 직무교육을 받았다. 본사 교육을 마친 후에 신입 담당자들은 OJT를 받기 위해 각 점포에 배치되었다. OJT 기간은 일반 적으로 한 학기가 진행되는 3개월 동안 이루어지지만 점포의 상황에 따라 OJT 기간이나 실행 방식은 매우 유동적이었다. 대체로 OJT 기간 동안 신입 담당자들은 고참 담당자와 함께 근무 하면서 문화센터의 업무를 배워나가기 시작하였다. 문화센터의 OJT는 체계화된 교육과정이 아니며 매우 복합적인 상황들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 대하여, 그리고 그 이면에 무엇이 진행되는가에 대한 분석은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복합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Althusser의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에 근거한 경험의 영역(the empirical) 과 실재의 영역(the real)의 개념을 참고하여, OJT의 표면적 경험의 영역들을 단순 분류하기 보다는 그런 경험들을 만들어내는 실재의 영역 속에 들어있는 메커니즘을 문화적 학습의 기제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신병헌·현광일, 2010: 164).
1. 문화센터에서 일할 몸틀을 만들다
가. 업무와 분위기 파악하기 :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보다”
문화센터에는 신입 담당자들이 OJT를 통해서 달성해야 할 목표나 평가 항목 등이 구체화된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OJT의 진행은 신입 담당자를 맞이하는 고참 담당자가 어떤 식으로 가르치고 훈련시키는지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OJT가 시작될 때 고참 담당 자들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은 신입 담당자에게 자기가 앉던 의자나 혹은 본인 옆 책상의 의자에 앉아보기를 권하는 내용이었다. 의례(Ritual)는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공동체를 만드는 기제로 작용하며 문화적인 학습을 장려하는데(Wulf, 2006: 43), ‘의자에 앉게 하다’ 는 신입으로 하여금 지금부터 문화센터의 직무가 시작된다는 것을 연행적(performative)으로 나타내는 상징적 행위이며, 담당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확인시켜주는 사회 문화적 맥락을 담은 행위로 볼 수 있다(이병준·박정현, 2014).
실장님이 자기 자리 내주고 저를 ‘거기 앉아라’ 이렇게 해가지고 ‘못하는 부분은 내가 도와줄 테니까 내가 없다고 생각하고 해라’면서 이렇게. 그런 식으로 (...) (담당자1)
신입 담당자가 자리에 앉게 되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켠 뒤에 각 폴더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들이나 고객 등록 프로그램이나 전단지 파일 등을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업무의 윤곽을 가늠 하였다. 신입 담당자들은 특별하게 정해진 순서 없이 이런 저런 문서파일들을 열어보면서 업무 양식들을 열어보고 서류명칭 등을 눈으로 확인하였다. 고참 담당자는 이러한 의례적 과정을 통해서 신입 담당자들이 업무내용들에 대한 대략적인 아웃 라인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 였다. 의례적 과정은 몸으로 연출되는데(Wulf, 2006)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는 것은 업무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무의식적인 몸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OJT가 시작 됨을 나타내는 의례적 첫출발의 과정은, 구두를 통한 업무지시나 설명보다는 신입 담당자가 시간을 두고 찬찬히 문화센터 업무의 윤곽을 파악하고 자신이 근무하게 될 사무실의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줌으로써 분리와 전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일종의 통과 의례적 과정으로 볼 수 있었다(Van Gennep, 1985).
나. 눈으로 살펴보기 : “전단지는 나의 참고서”
신입담당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면서 문서 폴더를 검색할 때 신입 담당자들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맞이하면서 궁금해 하는 내용은 문화센터의 프로그램 구성이었다. 강좌들을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해당 점포나 타 점포의 전단지를 살펴보거나 혹은 고참 담당자와 전단지 작업을 함께 하면서 강좌들의 구성과 운영 방식들을 익혔다. 전단지는 OJT에서 강좌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정리해주거나, 매 학기마다의 특성들을 파악하게 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체화인지적 교육매체로서 활용되었다(신혜은, 2014).
우선은 다른 점포 전단을 몇 백 권을 수집을 해가지고 봐봤죠. 그러니까 대충 이제 ‘아, 어떤 어떤 카테고리로 나뉘는구나’라고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사진도 어떤 식으로 싣고, 어떤 사진이 예쁘고 하는 감이 오더라고요. (담당자2)
문화센터는 강좌에 따라 강의실의 공간이 신속하고 적절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면담 내용을 통해, 신입 시절에는 강의실 배치가 생각보다 복잡하며 무거운 책상을 들어 옮기느라 육체 적인 힘도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 했다. 강의실 공간을 적절하게 구성해주는 역할은 강좌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한 기본적 임무이므로 신입 담당자는 모든 강좌의 강의실 배치를 외우는 것이 일차적 과제였다. 강의실의 배치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습득하는 방법은 ‘창문 넘어 살펴보기’와 ‘사진 찍고 이미지로 기억하기’였다. 일반적으로 고참 담당자는 신입에게 강의가 시작되고 난 후에 강의실 창문 너머로 자리 배치 상황을 살펴보라고 이야기 했다. 담당자1은 사진 찍기를 통해 강의실의 테이블 배치를 익혔는데, 그것은 강좌가 진행 중일 때 강의실에 들어가 전단지에 실을 홍보용 사진들을 찍으면서 강의실의 배치와 강좌의 분위기를 파악하였다. 이리저리 강의실을 둘러보면서 한 두 컷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지 않은 작업이면서도 상당히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었다. 강의실 배치를 문자텍스트 형식으로 메모하는 것보다 이미지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업무 요령임을 터득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이미지는 향후 강의실 공간을 재구성하게 해주는 효과적인 재현의 도구로 활용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강좌 분위기를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담당자의 기억 속에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직관적인 기억 매체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어떤 게 제일 강의가 어떤 거구나 가장 잘 알 수 있게 된 방법이 전단지를 저희가 만들 때 저희가 사진을 찍거든요. 사진이 들어가요 전단지에. 전단지에 사진 있고 밑에 설명을 저희가 써야 되는데. 그 때 사진 찍으러 제가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가지고 사진을 이렇게 찍으면서 ‘아, 이 수업이 이런 수업이구나’ 이렇게. 그래서 잘알게 되었죠. (담당자1)
다. 몸으로 배워가기 : “따라하고 연습하고”
신입 담당자들이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해야 할 주요 내용은 크게 인적 관리와 업무적 관리의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인적 관리의 주요한 대상은 고객과 강사였으며, 업무관 리의 주된 내용은 프로그램 운영, 시설관리, 홍보와 일반 사무 등으로 나누어졌다. 문화센터 담당자는 주로 안내 데스크에서 앉아있으면서 잘 꾸민 외모, 상냥한 웃음과 친절한 목소리로 고객들을 맞이하기만 하면 되는 ‘문화센터의 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담당자들의 실제 업무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몸으로 때우는’일도 많고, 퇴근시간을 넘겨가며 처리해야 할 만큼 많은 업무와, 늘 마감시한에 쫓기는 빽빽한 일정들이 대부분이었다. 입사하기 전에 가졌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업무 여건으로 인해 문화센터 담당자로 입사한 평생교육사들은 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타 업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신입 담당자들은 새로 오픈한 점포를 맡거나 혹은 담당자가 퇴사 예정인 점포로 발령받기 위해 채용되었으므로, OJT 기간에 문화센터의 전반적인 업무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더불어 문화센터 현장의 분위기에 대해서 감도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업무에 대한 부담감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멘붕’상태를 겪었다. 문화센터의 모든 업무를 실수 없이 수행하는 유능한 멀티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신입 담당자들은 OJT를 통해 좌충우돌 부딪히면서 물어보고, 따라 해보고, 혼자 연습하는 것과 함께, 고객과 상사에게 혼나면서 배우는 복합적인 학습과정을 거치면서 업무 역량을 함양시켜 나갔다.
그래서 아마, 출근하는 첫날에는 멘붕 상태였었던 거 같아요. 아무 뭐도, 일도 안잡히고, 뭐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담당자2)
1) 물어보고, 따라 하고, 함께 하기 : “실장님, 이거 어떻게 해요?”
신입 담당자들은 하루 정도 사무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후에는 곧바로 실전 업무에 돌입하게 되는데 사실상 모든 업무가 생소하였다. 신입 담당자들은 대부분 평생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4주간의 평생교육실습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문화센터의 담당자로 입사했을 때 그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문화센터에서는 고객 접수부터 강의실 세팅, 전단지 제작, 홍보물 제작 그리고 경리 및 정산, 마감 처리까지의 업무가 쉴 새 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도사의 역할을 맡은 고참 담당자는 자신도 분주하기 때문에 신입 담당자에게 자세한 업무내용과 요령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여유가 없었다. 그러므로 문화센 터의 OJT는 주로 신입이 그때그때‘물어보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물어보고 따라 하기식 학습의 효과는 신입담당자의 학습의욕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서 신입 담당자의 적극적인 자세는 OJT의 효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중간 중간에 ‘근데 뭐, 이런 거는 어떻게 해야 돼요? 이런 거는?’ 그리고 ‘환불 같은 거는 어떻게 해야 돼요?’ 물어보고. 일대일로 얘기하면서 매뉴얼 같은 거 익혔고. (담당자1)
기본적인 사무나 고객 응대 요령은 ‘눈치껏’ 따라 하면서 익힐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막히는 부분에서는 고참 담당자에게 물어보면서 업무 요령과 강좌 정보를 정리하였다. 면담내용을 통해, 초기에는 신입 담당자들이 고참 담당자의 업무수행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이었지만 점차 미메시스(Mimesis)적 학습과정을 통해 자신이 새롭게 정보를 조합하고 주관적 판단을 첨가하여 개인의 지식으로 체화시키는 교육적 성장으로 나아갔다(Wulf, 2013). 모방적 단계에 서는 신체에 일정한 틀을 만드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즉 해당 문화센터에서 의례적으로 해오던 문화적 행동양식과 업무관행을 습득하고 그것에 자신의 몸이 익숙해지는 기간이었다. 단순한 모방은 대체로 OJT 초기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이루어졌으나 이후에는 점차 자신의 생각을 가미하고 자신에게 맞는 모양으로 변형시켜 나갔다. 미메시스적 학습의 결과 업무 수행의 단순한 반복에 머무르는데서 나아가 개인의 주체적 판단과 실천이라는 교육적 성장으로 연결되 었다. 신입 담당자들은 모방적 학습을 통해 업무요령이 몸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자신의 인식과 판단을 통해 적절하게 변형하거나 보완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주체적으로 행위 할 수 있는 개인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중요한 교육학적 실천이라 할 수있다(이병준, 1998). 이와 같은‘물어보고, 따라하고, 함께 하는’ 학습방식은 OJT 기간 전반에 걸치는 기본적인 교육 프레임이었다.
제가 처음 들어오면 여기 센터가 원래대로 진행되는 방향에서 맞추어서 들어가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맞췄죠. 하다보니까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왜 하지?’ 일을 두 번 하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전에는 시키는 데로만 했던 거 같아요 (...) ‘이건 이렇게 바꿔보면 안돼요?’ 해서 해보니까 눈에 더 띄며 (...) ‘이제 이렇게 하자’ 하시고. 그걸 통해서 제가 성장했던 거 같은데요. (담당자6)
2) 온 몸으로 익히기 : “연습 또 연습!”
면담을 통해서 문화센터의 업무는 대체로 몸으로 직접 부딪혀봐야 제대로 익힐 수 있는 것이라 파악되었다. 즉 실제로 몸으로 부딪히면서 해보는 것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담당자가 미숙하면 당장 고객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문화센터의 문화와 분위 기에서, 자신이 유능한 담당자임을 효과적으로 연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과 개인적인 연습을 필요로 했다. 연행성은 신체성과 동반하여 작동하게 되는데, 몸에 배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제스처와 말투는 담당자의 유능함을 연행적(performative)으로 드러내주었다(이병준·이유리, 2014). 고객 문의에 대한 응답, 강좌 검색, 접수 및 등록, 강의실 배치, 강사료 지급, 정산 업무 등은 간단한 매뉴얼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고참 담당자들이 하는 방식을 따라 하거나, 고참 담당자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받아서 자신이 직접 연습하는 방식으로 습득하였다. 자신의 지식으로 체화되어서 매끄럽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한 달 가량 부단하게 반복하고 개인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걸 처음에 일주일 동안 하는데 하나도 안 익숙해서 너무 힘든 거예요. 고객은 바로 앞에 와 있는데 강좌는 무슨 강좌 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죠. 근데 그 강좌가 뭔지 코드는 찾아야 하죠, 접수는 해줘야 되죠, 그게 몸에 안 익는 거예요. 그걸 빨리 하려고 진짜, 집에 가서 노트북 켜놓고 연습을 막 했어요. 그게 익숙해지려니까 진짜 한 달 걸리더라고요. (담당자3)
고참 담당자들은 신입들에게 자신이 업무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하도록 유도하였다. 신입 담당자들은 기본적으로 모든 강좌들의 내용과 특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특별히 고객들의 문의에 즉각적으로 응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프로그램들의 명칭과 시간, 강좌내용, 수강비용과 수강료 할인 규정 등을 외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담당자3은 문화센터의 강좌들의 명칭을 모두 외우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화로 상담받기’를 언급하였다. 전화 상담은 담당자들이 고객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며, 강좌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꿰고 있다는 전문성이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상당히 중요한 고객마케팅이다. 신입 담당자에게 있어 전화로 상담하는 연습은 고객 응대 요령을 실습하면서 강좌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과 내용 숙지도 자연스럽게 반복하게 되는 복합적 학습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업무 많이 없고 이럴 때는 불러서 저 안에 들어가게 해서 전화 받게 했었거든요. 전화 받기 시작하잖아요? 그럼 그 업무의 전체를 파악하게 돼요 전화하면서. 한 한두 달 사이에 자꾸 안에 불러서 ‘니가 안에 들어와서 전화 받아라’ 하는데, 그거 하면서 진짜 많이 늘었어요. (담당자3)
2. 디테일에서 응용할 노하우를 익히다
가. 고객 응대요령 터득하기 : “다 맞춰드리지만, 규정대로 처리 하겠습니다”
담당자들의 면담 내용을 통해 나타난 가장 어려운 업무는 고객 컴플레인 처리였는데, 컴플 레인 처리를 얼마나 능숙하게 하는가가 문화센터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담당자 자신의 업무수행과 직업적 만족감의 성패요인이라 할 수 있었다. 경험이 많은 담당자라 하더라도 모든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원활하게 응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런 면에서 문화센터 담당자는 일종의 감정노동자라고 할 수 있었다. 담당자7은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둥글둥글’하게 처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담당자3은 고객들에게 인정받고자 자신이 나이 들어 보이게끔 자아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신입 담당자들은 고객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실제 나이를 불려서 말하거나, 이미 결혼을 했다고 하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아이셰도우 등의 화장을 통해 나이 들어 보이게끔 자신을 연출하였다(Goffman, 1967).
OJT 기간 동안 신입 담당자들이 컴플레인 처리법에 관해 습득해야 할 주요내용은 담당자7 의 면담에서‘일단 참으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라, 고객의 불만사항을 빨리 파악해서 처리해 버려라’ 으로 정리되었다. 그렇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규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였다. 만약 담당자가 규정을 잘 모르고 고객에게 보상을 약속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규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고객으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듣더라도 양해를 구하고, 규정대로 처리함이 불가피함을 반드시 설명하고 규정대로 처리하는 것이 담당자로서 지켜야 할 핵심적인 고객 응대 요령이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소한 금액의 환불 등의 경우에는 본인 판단 하에 담당자 선에서 처리하고 더 이상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도 일종의 요령임을 이야기 했다. 규정대로 처리하기와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안에 따라 담당자가 그때그때 감을 통해 결정하는데, 이에 관해서 명확한 기준을 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근데 파트장님 하는 거 보니까 그렇진 않더라고요. 안 되는 거는 이렇게 안 된다고 얘기를 바로바로 드리니까 고객들이 억지를 안 쓰더라고요. 근데 처음에는 그걸 봐도 그걸 왜 그렇게 하는지 몰랐죠. 이건 더 큰 컴플레인이 발생하지 않을까? 몰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우리가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규정에 맞춰서 응대를 해야지 규정에 안 되는 거를 억지로 맞춰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4)
나. 강사 관리 기술 습득하기 : “시간관념과 준비성이 철저한 강사를 모십니다”
면담 내용을 통해서,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데 중요한 요인은 좋은 강사를 섭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담당자들은 새로운 강사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으므로 일단은 기존의 강사들을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하게 된다. 신입 담당자들은 OJT를 거치 면서 강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좋은 강사들을 섭외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를 위해 주로 활용되는 도구는 ‘전화로 물어보기’였다. 신입 담당자가 타 점포의 담당자들에게 전화하여 인기 강사들을 물어보고 자신들도 동일한 강사들을 초빙하여 타 점포와 유사한 프로 그램을 개설하는 방식이었다. 전화 통화를 통해 형성하는 인적 네트워크는 담당자로서의 전문 성을 구성하는 지식, 기술 등에 보다 쉽게 접근하게 해주었다. 즉 광범위한 네트워크는 개인이더 큰 교섭력을 갖추게 함으로써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도록 시각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됨을 발견하였다(배을규·동미정·이효진, 2011: 12).
문화센터에서는 백 명 이상의 강사 인력을 관리하는 것이 담당자들의 주요한 업무인데, 고객 유치와 담당자의 업무 편의를 위해서는 성실하고 문화센터의 요청에 협조적인 마인드를 갖춘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신입 담당자들은 ‘강사 채용 면접’을 통해 강사의 성실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배우게 되었다. 강사 면접은 일반적으로 담당자와의 직접적인 면담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강사를 판단하고 채용여부를 그 자리에서 결정하게 해주는 기준은 ‘시간관념’과 ‘준비성’으로 파악되었다. 이후에 면접을 진행하면서 강사의 스타일을 파악하게 되고, 프로그램 구성과 진행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강사가 얼마나 고객 중심 적인지 혹은 문화센터에 협조적인지를 판단하게 되었다. 강사의 협조성을 파악하기 위해 담당 자4는‘처음 들어오는 강좌는 잘 안될 수도 있고 그러기 때문에, 첫술에 배부르지 않기 때문 에, 서너 명만 되도 개강을 해줄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통해 강사와의 협상력을 증진시키 기도 하였다.
제일 중요하게 보는 거는요. 선임자도 그랬고요, 저도 중요하게 보는 거는 시간관념 그리고 준비성이거든요. 이거는 물어보는 게 아니라. 저희가 약속시간 잡잖아요. 그러면 오 분, 십 분 일찍 오시는 선생님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기본적으로 챙겨와 달라는 서류를 다 챙겨 오시는 분이 있고요, 한두 개 빠트리는 분이 있고, 아예 약속시간을 늦게 오시는 분이 있어요. 아예 연락 없이. 그런 부분을 보면 신뢰성에서 감점이 되지 않겠어요? (담당자4)
다. 점포 운영 노하우 익히기 : “3개월만 해보면 업무 다 알아요”
면담에서 대부분의 담당자들은 처음에 겪는 문화센터의 상황은 매우 바쁘고 복잡하지만 한학기를 지내다 보면 대부분의 업무는 자연스럽게 숙달된다고 하였다. 담당자들은 업무가 어렵 다기 보다는 심적인 부담이나 긴장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문화센터의 한 학기는 새로운 강좌 구성, 강사섭외, 홍보 및 전단지 제작, 고객접수 및 안내, 강의실 배치 및 관리, 일일 마감 및 정산의 순서로 반복된다. 신입 시절에 느끼는 두려움은 OJT를 거쳐 나가면서, 그리고 자기 점포에 배치된 후 1년을 지내다보면 어느새 몸에 익은 대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OJT를 받는 첫 3개월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향후 자신이 발령받게 될 문화센터 운영을 어떻게 해나갈지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다. 불안한 첫 3개월을 지나갈 때, 고참 담당자들도 신입 시절에 동일한 과정과 경험을 했다는 점이 신입 담당자들에게 심적 으로 위안을 주는 요소였다. 한 학기동안 고참 담당자를 따라하면서 배우는 OJT가 체계적이지 못하고 임기응변식의 훈련과정이거나 혹은 학습하는 주체로서의 깊은 성찰을 수반하지 못하고 고객과 업무에 치어 정신없이 지내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과 경험의 축적을 통한 익숙함이 몸에 베어들면서 신입 담당자들은 점차 문화센터의 업무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정신없이 지나다 보면 보통, 담당자들한테 다 그래요, ‘일 년만, 네 학기만 돌려 보면 업무 다 안다’고. 이젠 이제 조금 안정적인 단위로 올라왔고. 그 힘든 시기를다 지나가는 거 같아요(웃음). (담당자2)
문화센터 OJT는 신입 담당자들이 몸으로 배우고 따라하면서 실제 문화센터의 현장에 익숙 해지도록 하는 체험적 학습의 과정이었다. 실무는 이론으로만 터득하기 어려운 경험적 지식의 체화과정을 필요로 한다. 신입담당자들이 받는 현장교육이 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실천적 지식을 습득하는 체화과정이라는 면에서 볼 때 문화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준비단계로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OJT를 통해 얻은 지식은 자신이 근무 하게 될 점포에서 대체로 바로 적용 가능하였지만,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강사들, 새로운 공간에 대해서 새롭게 자신의 지식과 학습내용을 재구성하는 작업도 역시 필요하였다. 새로운 점포에서의 적응기간은 OJT의 과정이 다시 한 번 되풀이되는 것과 같았다. 이때 이전에 한번 OJT를 거치면서 몸으로 습득해보았던 학습의 경험은 새로운 환경에서 담당자로서 어느 정도 자신감 있고 자연스럽게 처신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였다.
몸으로 배우는 게 제일 많았던 거 같아요. 막상 내가 그 실장님이 없는데 실장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까 무섭기도 하고. ‘3개월 해봤는데 하면 되지’ 이런 생각도 들고. (담당자1)
3. 여성 중심의 문화를 익히다
가. 수다 떨고 함께 식사하기 : “가자, 내가 밥 살게”
문화센터 담당자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인데 신입 담당자와 고참 담당자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서 여성 특유의 대화 문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담당자와 신입 담당자들은 수다 떨기를 통해 일상적 이야기와 업무상 궁금한 내용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았으며, 이를 통해 친근한 관계도 형성하게 되었다. 수다 떨기는 여성들의 독특한 대화방식이라 할 수 있다. 여성들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거나 가르치는 관계보다는 서로간의 감정의 공유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하는 것이 특징이다(이승화, 2012: 65). 수다 떨기는 업무 수행과 정이나 OJT 과정에서 수시로 이루어졌으며, 주로 신입 담당자가 고참 담당자에게 궁금한 것을 먼저 물어봄으로써 시작되었다. 수다 떨기는 업무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타 부서 직원들 이나 본 점포의 상사들에 대한 인적 정보를 공유하며 고참 담당자와의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문화적 실천으로 불 수 있었다.
근데 이제 친해지면서 그 속에서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해지면서 그 속에서 이제 업무 같은 거를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그래서 둘이 붙어있는 시간도 많고 하니까 하루 종일 수다 떨면서. 그런데서 그냥 개인적인 이야기 같은 거 막, 우선은 어떤 사람이고 이런 거 있잖아요. 이야기하면서 중간 중간에 근데 뭐, 이런 거는 어떻게 해야 돼요 이런 거는. 그리고 환불 같은 거는 어떻게 해야 돼요 물어보고. 일대일로 얘기하면서 매뉴얼 같은 거 익혔고. (담당자1)
신입담당자들은 고객들과의 관계에서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긴장상태에 있는데, 특히 고객 컴플레인은 불시에 발생하는 사고처럼 갑작스럽게 담당자들을 괴롭혔다. 컴플레인의 불안은 담당자들이 겪는 일상적 스트레스로서 끊임없이 다가왔으며 경력이 오래 된 담당자들도 컴플레인 처리가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컴플레인은 담당 자에게 심적 고통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문화센터에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보다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OJT 과정에 있는 신입 담당자들이 컴플레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될 때면 고참 담당자나 동료 사원들은 위로의 말과 동일시 해주는 말을 통해 격려하였으며, 회식자리를 마련하여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 경우에 회식이 직장 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중요한 조직의례로 기능하였다. 이때의 회식은 공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담당자들끼리 오붓하게 식사하고 맘껏 이야기를 터놓는 자유로운 회합의 장이었으며 대화를 통해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일상적 모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밥 한끼 사거나, 같이 밥 먹는다는 것은 사회적 유대감의 표현이며 정서공동체를 형성해주는 집단 의례이다(석영미·이병준, 2014: 127). 담당자 간의‘같이 밥 먹음’은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서 서로 동일한 아픔을 느끼는 한 식구로서의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였다. 고참 담당자와의 수다,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기 등과 같은 일상적 상호작용은 여성들로 구성된 문화센터 내에서 펼쳐지는 실제적인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였다.
근데, 오면 다 무시하니까 그 화를 삭이는 법이 우리끼리 밖에 못하니까, 진짜 한 3개월 정도는 진짜 그 분들이 밥을 많이 사주셔서 같이 많이 풀러 다니고, 그런 식으로 해주시더라고요. ‘많이 힘들었지?’ 하면서. 일한지 얼마 안 된 직원인데 컴플 레인 받으면 안쓰럽잖아요? 그러면 언니들이 항상 밥 먼저 먹으러 가자고 해서 데리고 가고. 가끔 그 언니들이 그렇게 컴플레인 걸리면 ‘가자, 내가 살께’ 해서 같이 밥먹으러도 가고. 그런 걸로 스트레스 많이 풀었고요. (담당자3)
나. 주부들의 마음 얻기 : “애가 진짜 이쁘네요”
한편, 문화센터의 주된 이용객은 어린이를 동반하고 오는 주부들이다.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 친근하게 인사하는 것, 그리고 주부들이 데리고 온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문화센터의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교양이었으며 대단히 효과적인 고객 관리 요령이었다.
자기 애 이쁘다고 해주면 엄마들이 좋아하고 그런 거. 그 실장님이 자기가 임신해 있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지만 애들을 엄청 좋아했거든요. 막 ‘진짜 예쁘다. 애가몇 개월이에요?’ 주부니까 주부로서 할 수 있는 주부끼리의 대화. 그렇게 하면서 되게 친해지는 걸 많이 봤거든요. (담당자1)
문화센터의 OJT는 외형적으로는 직무능력향상을 위한 단기교육 혹은 훈련이라기보다는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일상적 교육이며 대단히 융통성이 많은 과정이라 할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문화센터 담당자들이 모두 젊은 여성으로 이루어진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보였다. 신입담당자의 감성적인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는 문화센터의 OJT과정은 인간그 자체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HRD 패러다임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빠진 훈련이 초래하는 교육의 결핍을 보완하고자 인간중심적(Human focused) HRD기법이 근래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조태준, 2013: 33). 이러한 견지에서 문화센터 OJT의 문화적이고 총체 적인 학습과정은 업무에만 몰입될 수 있는 문제점을 스스로 보완하고 풍요로운 삶을 도모하는 인간중심의 HRD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구현될 수 있는 교육 현장이라 할 수 있다.
4. 경제적 가치와 교육적 가치의 갈등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 평생교육사로서의 좌절감 맛보기 :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문화센터는 기업의 측면에서는 고객 확보를 통한 수익증대와 기업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인 전략이며 평생교육의 측면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공을 통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중적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平野敦士カ-ル‧Andrei Hagiu, 2010). 여기에서 문화센터의 담당자는 기업의 이윤추구와 본인의 평생교육학적 가치관에서 괴리감을 느끼게 되었다.
교육적으로. 이렇게 보려고. 처음에 딱 들어갔을 때는 뭘 해도 얘가(수강생들) 이걸 뭘 배워갈까? 이런 게 관심이 많았는데. 저는, 저는 그게 관심이 많았는데. 딱 처음에 느껴졌던 그런 게, 마트 점장님은 그냥 마트 점장님 이예요.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돈이 많이 벌릴까?’ 나는 그런 거에 좀 약간 괴리감이 있었어요. (담당자1)
일단은 그 많은 회원들을 저희한테 유치해서 강의실이 비지 않게끔 돌리는 게 일이고. H 할인점 측에서 볼 때는 문화센터를 와서 끝나고 갈 때 H 할인점을 한번 돌고 가는 거죠. 그래서 점장님은 문화센터를 잘 몰라도, ‘회원 수가 많으면 그만큼 매장에도 이득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압박을 주시죠. (담당자6)
문화센터는 본사의 영업방침에 귀속되어 있으며,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속성을 거스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신입 담당자는 교육적 가치를 소신 있게 펼치거나 평생교 육사로서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제공하겠다는 의욕이 꺾이면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거나,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면서 문화센터를 문제없이 운영만 잘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이때 신입에게 고참 담당자가 보여주는 태도와 직업적 인식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겨다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문화센터에서 평생 교육의 현장에 첫 걸음을 내딛는 평생교육사로 하여금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여기서 신입으로서 가지고 있는 평생교육사로서의 의욕적인 자세를 유지시키면서, 본사가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는 모색이 필요하다고 보였다.
그렇게 실장님한테 이야기 하니까, 실장님은 약간 패배감은 이미 벌써 느꼈고...‘OO이는 되게 애살이 많은 거 같은데, 나중에는 이런 거 다 필요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나도 좀 잘해볼 마음에 그렇게 하는 건데 약간 초치는 거잖아요. 그래서 ‘왜 그렇게 하지?’ 그랬는데 나중에 가서는 그런 거를 이해를 했죠. ‘내가 만고 해봤자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소용없구나’그걸 느꼈죠. (담당자1)
나. 초보의 미숙함 깨지기 : “혼나고 욕 들으면서 배웠어요”
문화센터는 대기업의 하부조직이며 수많은 일반 고객들을 상대하는 유통업 및 서비스업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참 담당자들의 경우에 신입 담당자들과 같은 입장에서 그들의 실수를 이해하고 보완해주었지만, 담당자들이 대해야 하는 직장상사와 고객들은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면담을 통해, 담당자들이 신입시절에는 거의 ‘혼나고, 욕 들으면서’ 조직생활과 고객 응대 요령에 관한 것들을 배웠다고 했다. 고객들은 신입 담당자들의 말실수나 적절하지 못한 용어 사용과 같은 미숙한 응대에 불쾌감을 느껴 혼내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에게 불쾌함을 초래하여 혼나게 되면 감정적인 응대를 피하고, 잘못을 사과하고 즉시 고쳐나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문화센터 담당자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역량이었다.
욕 들으면서 배우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퍼센티지로 따지면 욕 들으면서 배우는게 80 퍼센트. ‘아가씨, 말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하면서 바로 말씀하시거든요. 우리는 명찰을 다 달도록 돼있어요. 그 아가씨가 뭐 했다더라 이렇게 하면 바로 불려 가고, 막 해명하고, 그런 것도 있었어요. (담당자3)
그리고 신입 담당자들은 상사나 임원을 ‘알아서 잘 모셔야 하는’ 직장문화에 미숙한 부분에 대해서도 혼나면서 배웠다. 담당자2는 신입 시절에 상사를 잘 모시는 것이 조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어서, 나중에 어느 점포로 발령을 받아가든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조직도를 통해 임원 등의 VIP 명단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점장님 막 뛰어 와가지고 ‘너 본부장님도 모르냐?’고. 그래서 그 때 엄청 혼났죠. 저희는 L할인점은 군대 분위기잖아요 분위기가. ‘어 그래 신입사원이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어떻게 사원이 회사의 임원 얼굴을 모르느냐?’ 이렇게 되버려가지고. 그때도 엄청 혼났었죠. 좀 많이. 혼난 이야기만 하니까 (웃음). 정신없어요. (담당자2)
신입 담당자들은 직장 상사로부터의 질책과 고객들로부터의 컴플레인을 통해서 조직문화와 서비스 종사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였다. 신입 시절에 혼나면서 지내는 것은 담당자4의 ‘어린 마음에 많이 울었다’ 거나 담당자7의‘우울증이 생겼다’등과 같은 심리적 위축과 사기저하를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담당자들이 면담에서 그 당시를 회상할 때는 혼남을 통해서 배우는 게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혼난다는 부정적인 자극이 학습자에게 경각 심을 일깨우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긴장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라 할수 있었다. 신입 담당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은 실수의 반복이 용납되지 않으며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실전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혼나면서 배운다는 사실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미숙한 초보 평생교육사는 어느덧 문화센터의 담당자다운 태도와 행동이 몸에 베어들게 되었으며,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조직사회와 일상생활에서의 사회성을 함양하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 신입 담당자들이 혼나면서 배우는 아픔의 경험은 고객 응대와 조직 문화에 대한 실제적 학습의 과정이었으며, 향후 점포에 배치되었을 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담당자로서의 역량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할수 있었다.
* 2014평생교육통계자료집(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비형식 평생교육기관(Non-Formal Lifelong Education Institutions)은 유·초·중등학교부설, 대학(원)부설, 원격형태, 사업장부설, 시민사회단체부 설, 언론기관부설, 지식‧인력개발형태, 평생학습관 등으로 분류된다. 사설학원도 비형식 평생교육기관에 포함되지만 본 연구에서는 논외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