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도국 농촌개발전략으로서 새마을운동과 그 적용의 한계점
새마을운동이 가지는 주요한 가치, 즉 정신계몽운동과 농촌개발의 조화, 자생적 발전모형, 상•하향식 개발방식의 조화, 정부의 후원자적 역할 등은 개발도상국에 시사 하는바가 크며, 기존의 일방적인 지원중심의 ODA 한계를 극복하여 원조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법으로써 국제사회가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남국, 2012).
국제개발협력이 본격화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구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전쟁 피해국 및 신생독립국의 재건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막대한 원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원조가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자립성장 보다는 오히려 원조 의존도만 높아지게 되어 이른바 ‘원조의 덫’에 빠졌다고 주장한다(Hubbard & Duggan, 2010). 따라서 이러한 국제개발협력의 악순환 구조를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개도국 전체인구의 약 7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고, 빈곤인구의 90%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농촌지역의 개발협력이 핵심요소이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에 시작된 농촌개발 및 농촌부흥을 위한 국가정책으로 시작된 범 정부적 사업으로 새마을운동은 ‘잘 살아보자’는 기치 아래 공동체의 염원을 모았고, 근면ㆍ자조ㆍ협동의 실천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도시와 농촌, 농업과 공업간의 격차를 완화하는데 일조를 하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새마을운동의 성과는 오늘날 근대화를 갈망하는 다수의 저개발국가로부터 국제개발협력 모형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최외출, 2104). 그러므로 한국의 농촌개발모델인 새마을운동은 지구촌 빈곤퇴치라는 새천년개발목표(MDGs) 달성에 기여하고 자립경제성장, 나아가 민주화에 기여하는 등, 국제개발협력 기준에 부합하는 Post-MDGs를 위한 공적원조 협력모형을 구축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원조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자립적이며 지속가능한 저개발국가의 지역발전을 위해서 새마을운동에 내제된 독창적ㆍ문화적 가치(새마을 정신, 새마을 방식, 주민참여형 지역개발 등)를 국제적ㆍ보편적 가치로 전환시키려는 학문적 노력과 정책적 실천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개도국 농촌종합개발 ODA 사업은 수원국의 요청에 의하여 사업 제안이 시작된다. KOICA 해외사무소 및 한국대사관을 통해서 수원국의 원조요청이 접수되면 한국정부의 심의 과정을 거쳐 해당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와 실시계획(implementation planning)을 수립하고 심의절차에 따라 ODA 사업이 추진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사업형성 과정에는 개도국 정부의 구체적인 사업 요청이 충분히 반영되기 보다는 공여국의 예산 범위 내에서 사업내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즉, 수원국의 개발의지나 요구(needs)보다는 공여국의 상황에 맞는 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러한 구조가 수원국 주민의 자발성 고양과 지속가능한 개발 사업을 방해하기도 한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KOICA와 협약을 맺은 사업단(PMC)과 사업 책임자(PM)가 협약내용에 명시된 그대로 사업을 ‘집행’하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그간 개도국 농촌종합개발 ODA 사업들의 내용과 추진방식은 매우 유사했다. 결국 이러한 유사성은 사업이 개도국 특수성에 기반 하지 않고 이미 명시되어 있는 매뉴얼대로만 진행, 적용하는 경직성에서 기인한다.
그 동안 개도국에서 추진된 새마을(농촌개발) ODA 사업의 성과로서 수원국 주민의 의식개혁 부분의 실질적 성과는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ODA 사업은 비교적 짧은 기간(3~5년) 동안 한시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보통이며 지속적인 계속 사업에 대한 지원 약속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제시해야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조직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주민들의 의식변화나 가치관 변화는 달성되기 어려우며, 이는 새마을 ODA 사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곤 한다. 이렇듯 단기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이나 물자 및 시설지원, 일회성 자원봉사활동, 단기 연수 교육 사업을 통해서는 이른바 ‘자립형 지역사회개발 사업’의 형성은 요원할 것이다. 주민주도의 자립형 지역개발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 공동체의식이 구축되어야 하며, 사업은 장기비전과 체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적이고도 장기적인 지원과 구체적인 세부 추진전략 제시를 통해 수행되어야 한다.
연구자의 현장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현재 ODA 농촌개발사업의 가장 기본적 문제점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정부에서 지원되는 사업의 내용이나 수준은 양호하나 제공된 사업들이 현지에 정착하는 과정을 적절히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업의 효과성이 낮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 시설물을 지원한다든지, 새로운 영농 방법을 소개만하고 적절하게 정착되는 과정을 지원하지 못함으로서 사업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2. 새마을운동의 개도국 정책이전(Policy Transfer)
정책결정과정에서 국가간 또는 정부간 정책이나 제도의 이전 및 확산경향을 흔히 볼 수 있으며 정책대안의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면서 이를 도입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교훈도출(lesson-drawing), 정책수렴(policy convergence), 정책확산(policy diffusion), 정책이전(policy transfer) 등의 용어가 등장하는 동시에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정책이전학파가 등장하였다(James and Lodge, 2003; 179-180). 외국의 정책이 타국에 이전되는 현상으로서 대표적인 것은 정책파급(policy diffusion), 교훈도출(lesson-drawing), 정책이전(policy transfer)이 있다.
2004년부터 기획재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KSP)은 협력대상국이 요청한 수요와 대상국가의 경제•사회적 여건을 분석•연구하여 제도 구축(institution-building)을 포함한 정책자문을 제공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역량개발(capacity development)을 지원하는 정책이전 중심의 개발협력 사업이라 할 수 있다. 2011년까지 총 35개국 300여 개 세부주제에 대한 자문을 완료하였다(한국개발연구원, 2012; 한인섭·김정렬, 2014).
실제로 KSP 사업을 통해서 정책제안이 적용된 경우를 살펴보면 2009년 베트남에 포괄컨설팅을 제공하여 ‘2011-2020 경제사회개발전략’의 수립에 반영되었고, 쿠웨이트의 ‘5개년 개발계획’, 카자흐스탄의 2010-2014년 산업혁신개발계획’ 수립도 지원하였다. 자문사업 종료 후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대상국들은 자문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의 제정, 제도의 도입, 정부조직의 개편 등과 같은 정책적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이태희, 2012).
Dolowitz(2000)는 정책이전이란 외국의 아이디어, 제도, 프로그램, 정책을 바탕으로 자국의 프로그램, 정책, 제도가 발전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정책이전(policy transfer)은 “한 정치체제(과거 및 현재) 내 정책, 행정조직, 제도 및 아이디어가 다른 정치체제의 정책, 행정조직, 제도 및 아이디어 개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아는 하나의 과정”(Dolowitz & Marsh, 2000: 5)이면서 새로운 정보를 토대로 의도적으로 타 정치 단위의 정책을 이전 또는 모방하여 오는 행동지향적 개념을 말한다. 정책이전의 방법은 모방(emulation), 합성(synthesis), 절충(hybridization), 영감(inspiration)의 다양한 유형뿐만 아니라 정책, 법률, 기술을 직접적으로 복제(copy)하는 것 등이 있다(Dolowitz and Marsh, 1996: 351; Rose, 1991; 21-22). ‘모방’(emulation)은 다른 나라에서 이미 효과적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프로그램을 상이한 상황에 맞추어 조정하여 채택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합성’(synthesis)은 독특한 전체에서 몇 개의 상이한 프로그램에 익숙한 요소들을 결합하면서 만들어진다. ‘절충’(hybridization)은 2개의 다른 지역 프로그램들을 결합시키는 것을 뜻한다.
3. 베트남의 지방행정체계 및 의사결정체계
베트남의 지방행정체계는 기본적으로 3층(3-tier)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중앙정부 밑으로 성급의 도시기능이 강한 중앙 직할시(City 혹은 Municipality)와 농촌지역의 성(Province, Tinh)정부, 그리고 성 밑으로 현급(District, Huyen), 그 밑에는 싸급의 (Commune, Xa)으로 대별될 수 있다. 먼저 성급(Province, Tinh) 산하의 지방행정기관을 살펴보면, 농촌지역이라 할 수 있는 군(District)과 도시의 기능이 강한 중심 시(Provincial City)로 나누어져 있으며, 군(현) 산하에는 우리나라의 읍 혹은 면에 해당하는 행정의 최하위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인 Commune과 Township 및 Ward(우리나라의 동)라는 행정기관이 있다.1) 베트남은 5대 직할시를 포함하여 63개의 성급 정부와 우리의 군에 해당하는 시, 군이 약 698개 그리고 면, 동에 해당하는 Ward, Twonship, Commune이 약 11,121가 있으며 이중에는 대부분 농촌지역의 읍(혹은 면)에 해당하는 Commune이 9,050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행정기관이 부재한 전통 마을(village)의 숫자는 약 80,800개가 있다(www.gso.gov.vn, 2014. 5. 29 2)). 우리나라의 면에 해당하는 commune(Xa)에는 약 1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에는 마을이장(촌장)과 서기가 있어 commune 사무소와 행정연락을 담당한다.
<그림 1>. 베트남의 지방행정체제
출처: United Cities and Local Governments(UCLG)(2007): Country Profile Vietnam, www.uclg.org/ Visited at 2014.3
베트남은 사회주의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권한과 결정은 베트남 공산당(National Assembly)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지방행정사무는 기본적으로 각 지방정부 단위의 최고 심의의결기구라 할 수 있는 인민의회(People’s Council)에서 결정되고 이렇게 결정된 법률이나 정책은 인민위원회(People’s Committee)를 통해서 행정부서가 집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각 지방정부(성-현-싸)는 최고정책결정기관인 인민의회를 통해서 법률과 정책이 심의, 결정되고 인민위원회를 통해서 행정기관이 집행하는 의사결정구조를 취하고 있다(서원석•임정빈, 2013).
베트남 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을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특별한 점은 인민의회(베트남공산당)을 통해서 모든 정책이 결정되며 당 중앙위원이 대부분 정부의 각료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중요한 시책이 결정되고 집행되는 당 중심의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의하달식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정부의 정책이 일사불란하게 전달되고 집행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민수요에 대한 대응성이나 정책의 효과성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때문의 새마을운동이 강조하는 자립개발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참여를 확보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이 필요하고 또 사업의 실질적 효과를 체험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욕구가 최대한 반영되고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권한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1) 베트남의 Township과 Commune은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조직과 비교하면 농촌지역의 읍(邑), 면(面)에 해당되며, Ward는 도시지역의 최 일선 행정조직인 동(洞)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광역시와 도는 베트남의 도와 5개 중앙직할시와 비슷하며, 우리의 시·군·구는 베트남의 군(District), 시(City) 및 Town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읍·면·동은 commune, township 및 ward와 비슷하다. 다만 계층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지방행정체계와 비슷하나 공간적 규모나 인구 및 그 기능과 역할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편집자 주).
2) 베트남정부의 통계청 공식 홈페이지(General Statistics Office of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