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충청남도 공주 마곡사에 있는 오층석탑은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탑이지만 그 상륜부에 라마탑형태의 보탑이 놓여 있는 이례적인 형식으로 매우 유명하다. 전형적인 고려식 석탑의 상륜부에 또 다른 탑을 놓는 중층구성의 시원은 중국 북경의 진각사 금강보좌탑에서 간혹 보이는 특징으로 마곡사탑은 고려적으로 변화된 사례로 이해된다. 현재 사찰에서는 이 보탑을 풍마동이라고 부르지만 본 논문에서는 깃발이라는 의미를 가진 풍마와는 다른 점에서 금동보탑으로 명칭하였다. 금동보탑은 원대에 유행했던 티베트계 라마탑 형식을 충실하게 따른 점이 특징이다. 라마탑은 고려에서는 제작되지 않았지만 이를 변용한 사례는 남아 있다. 즉 이 형식은 1310년명 사리기라든지 1390~1391년 조성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이성계 발원 사리구 등과 같이 새로운 금속공예품 형태로 발전하며 14세기에는 석종형 승탑 등으로 응용되어 독창적인 양식으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 금동보탑의 제작시기는 라마탑 형식의 유행시기와 기단부에 조각된 다양한 문양의 비교를 통해 고려 후기 14세기경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단부에 새겨진 사자와 코끼리, 보병 등은 원대 불상의 대좌에 조각된 장식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구리에 아연이 섞인 금동보탑의 재료는 『고려사』에 기재된 유동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금동보탑 제작의 주체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1341년 원의 평장사 부인이 된 경화옹주의 외향으로 공주목으로 승격되었던 사실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해 보았다. 이는 금동보탑이 원대 라마탑의 성격이 강하게 반영된 점과 관련되며, 원과의 밀접한 교류를 통해 라마교와 관련된 새로운 형식의 불교미술이 유입되어 수용된 시기와도 부합된다. 다만 중국의 라마탑을 축소해 놓은 듯 흡사한 점은 원의 장인들이 제작에 참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 문제는 앞으로의 연구 과제라 생각된다.

키워드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 금동보탑, 풍마동(風磨銅), 고려

참고문헌(12)o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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