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판화에서 물성은 시각, 촉각, 미각, 청각, 후각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상과 가상을 통한 신체의 작동에 기반하며, 대상을 감각적인 정보로 추출하는 ‘신체성의 장’이다. 판을 만들기 위해서 만지고, 깍고, 새기는 과정은 현상적인 측면에서 체험이자, 신체 반응과 연관된 “감각적 사건”이다. 새로운 물성을 창조하는 판화가의 시각적인 능력은 형태와 색채뿐만 아니라, 사물의 강도와 질감을 탐색하고 추적해서, 시각적 촉지성의 고유한 미학을 만들어낸다. 판재의 조각이나, 깍기, 부식 등을 기본으로 하는 판화는 판 위에 수많은 교차된 선을 긋는다. 이렇게 선의 교차를 통해 만들어진 틈들은 명암을 위한 단위로 쪼개지며, 그러한 명암의 단위들을 어떻게 기하학적으로 나누는가가 중요한 의미이다. 이는 모든 물체는 미터법과 같은 ‘측정 지표’인 체계로서 파악하는 것이며, 물성의 본질에 대해 어떠한 체계를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판화는 발생학적으로 시각 정보 전달과 같은 매체개념이며, 물질의 표면에 현실(세계)을 새기고 입히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는 판화가 “감각 정보”를 중심으로 촉각과 3차원적인 깊이를 시각화하여 지각의 모델로서, 그리고 다양한 시각 정보를 수집하고 표현하는 객관적인 틀로서, 시각 정보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소통으로서의 기능을 해왔다. 이러한 판화의 물성적 특징은 그 표현에 있어서 다른 매체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재에 쓰이는 나무, 금속, 석회석 등의 물질의 모성(매트릭스)과 그 표면의 가공 방법이 판화의 정체성을 결정하며 이것이 판화와 현실과 관계를 맺게 하는 매체로서 작용하게 한다. 이러한 판화 제작 상의 절차는 다른 기법으로는 낼 수 없는 물성으로 표현된 이미지상의 특징들을 갖게 한다. 이러한 특징은 첫째, 물성에서 정보로 이행하는 특성을 가진다. 둘째. 판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트릭스(母性)를 반영한다. 셋째, 물질의 상실로 나타난다. 넷째, 판재를 종이에 찍어서 정보화할 때에 판재가 가지고 있던 3차원적인 자국이 필연적으로 남아서 판화가 촉지적으로 보이게 한다. 다섯째, 찍음을 통해 원판제작에 투입된 시간의 총량을 ‘순간’에 집약시켜 예술적 긴장감을 증폭한다. 여섯째, 판화는 판재의 표면에 잉크를 묻혀서 종이에 찍어내기 때문에 고유한 질감이 나타난다. 그리고 다색 판화일 경우에는 색판의 수에 따라서 색의 사용이 제한되고, 색들은 층(layers)의 중첩으로 나타난다. 일곱 번째, 판화에 있어서 물성에 새겨진 정보는 단위 당 정보의 양이 다른 현대의 매체들에 비해서 매우 작다는 것이다. 물성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판화만이 갖는 물성적 이미지의 표현 특성들을 연구하는 것은 판화의 발생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물성과 정보, 예술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립하고, 또한 현대미술에 있어서의 판화의 위상과 그 존재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키워드

판화, 매체, 물성. 이미지,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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